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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ook/ 아버지의 해방일지

by 그야나 2024. 1. 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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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31122

수 아버지해방일지 처음~67
P24
아니다, 생각해보니. 가을 녘 아버지 지계에는 다리나 으름 말고도 빨게 익은 맹감이 서너가지 꽂혀 있곤 했 다. 연자줏빛 들국화 몇송이가 아버지 겨드랑이 부근에 서 수줍게 고개를 까닥인 때도 있었다. 먹지도 못할 맹감 이나 들국화를 꺾을 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? 뼛 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도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위처럼 굳건한 마음 한가닥이 말랑말랑 녹아들어 오려 전의 풋사랑 같은 것이 흘러넘쳤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버지 숨이 끊기고 처음으로 핑 눈물이 돌았다.
사회주의자 아닌 아버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. 그러니까나는 아버지를 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. 나오려던 눈 물이 쏙 들어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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